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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제] <건축트렌드> 자연과의 어울림, 태안 삼각형 주택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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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트렌드> 자연과의 어울림, 태안 삼각형 주택 ‘96’

기사입력 2017-07-03 05:00:14.

  위치: 충남 태안군 원북면 양산1길 96
 대지면적: 654㎡
 건축면적: 70.55㎡
 연면적: 94.84㎡
 건폐율: 10.77%
 용적률: 14.88%
 지역: 계획관리지역
 구조: 철근콘크리트(1층 바닥기준 하부), 철골구조(상부)
 외부마감: 메탈판넬 150THK
 내부마감: 라왕합판, 유약점보벽돌
 설계: 미건건축사사무소 김제균 소장
 시공: 미건건축사사무소
 건축주: 김제균


주변을 둘러보면 삼각 모양의 건축물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같은 평수라도 연면적이 최대한 넓게 건물을 지으려다 보니 도시의 건물들은 대체로 사각형 구조다. 태안에 지어진 전원주택 ‘96’은 이러한 통념을 깬 삼각형 주택이다.
김제균 미건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건물을 설계, 시공한 동시에 건축주이기도 하다. 김 소장은 이 건물을 세컨드하우스로 삼았다. 도시에서 벗어나 미술 회화작업을 하는 등 96에서 휴식을 취한다.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도심의 주거환경에서는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기가 어려워서다. 김 소장은 이 건물을 한 마디로 ‘어릴 적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뒷산 나무 밑 혼자만의 아지트와 같은 곳’이라고 정의했다.

김 소장은 이곳에 비용을 많이 들여 화려하게 장식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건물이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는 태안과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 내부를 들여다보면 삼각형 중심부에 원 모양의 중정이 자리하고 있는데, 김 소장의 생각이 반영된 지점이다. 중정 안에는 공간의 생명성을 상징하는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다. 건물 이름이 96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 소장은 “인간은 대지를 소유할 수 없고, 대지 위 인공구조물이 대지를 우선할 수 없다”며 “그래서 건물 이름은 대지의 행정관리번호인 번지수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건축에서 자재의 종류는 구조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이 건물은 기초와 선큰 마당은 철근콘크리트구조, 외피는 철골구조, 내부는 목구조를 조합해 완성됐다. 다양한 자재가 쓰인 덕에 공간이 주는 느낌도 각도와 위치에 따라 다르다.
건물의 모든 공간은 중정을 중심으로 침실부터 1층에 이르는 주방까지 유기적인 동선으로 연결된다. 중정은 1층과 2층에서 통유리로 내다볼 수 있다. 미닫이 통유리 창호로 360도 열 수 있어 개방감을 준다. 통유리는 건물과 주변 환경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통유리를 통해 멀리 내다보이는 자연은 이 건물이 가진 장식적 요소라는 것이 김 소장의 설명이다. 2층은 중정과 천창을 통해 하늘이 열려 있다는 특징이 있다. 천창은 블라인드를 열고 닫아 낮엔 채광을 조절하고, 밤엔 쏟아지는 별빛을 감상할 수 있다.
전면 마당은 대지에서 한층 높이만큼 낮아 하늘만 보인다. 이 때문에 전면 거실이 더욱 독립적으로 느끼도록 공간을 한정시킨다. 뒷마당은 외부에서 건물로 진입하는 연결 공간임과 동시에 경계다. 담이나 울타리와 같은 인위적인 경계를 배제하고 외부 풍경이 마당과 세 벽면으로 연결되어 흐르도록 했다. 이는 건물 전체가 전원 위에 떠있듯이 보이게 한다.

건물은 중외부(1층), 중내부(2층), 내부(2층 침실)로 구성된다. 먼저 외부 동선을 따라 주차장을 지나 뒷마당으로 가면 유리 현관문이 나타난다. 현관에 들어서면 중외부에 속하는 응접실과 주방이 보이는데, 이는 전면 거실과 이어진다. 응접실에 설치한 계단을 오르면 중내부인 2층 욕실이 나온다. 욕실 옆 복도를 지나면 가장 조용한 안쪽에 침실이 있다.
김 소장은 이 건물이 일상생활을 하는 집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유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이 항상 머무르는 침실에만 단열과 냉난방을 적용하고, 욕실엔 적외선 난방기를 설치해 최소한의 공간에만 냉난방한 것이다.
삼각형이 가진 또 다른 특징은 지진에 강하다는 점이다. 건물이 위치한 태안은 지진대가 지나가는 지역이다. 정삼각형 건물은 내진설계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될만큼 견고하다. 이 삼각형 주택은 겉과 속이 모두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 건물인 것이다.

  박현영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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